농촌 경쟁력, 신뢰에서 온다

한국농어민신문   2007. 03. 12

송인성 전남대 경제학부 지역개발학 전공 교수

지난 설 때, 친지들로부터 선물로 받은 농산물 중 일부가 불량품이었다. 보낸 사람은 정성을 담아 보냈을 것인데 불량품을 받은 필자는 속이 많이 상했다. 보낸 분한테 속이 상한 것이 아니라 농산물 생산자에게 속이 상했던 것이다.

선물 받은 농산물 불량에 실망

설 때 소비량이 많으니까 철저하게 품질관리를 못했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상표를 도용했을 수도 있으나 해당상표의 농산물은 물론 농산물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와 소비자의 외면까지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농업과 농촌에 대한 정부의 적지 않은 투자에 대하여 농림 분야가 아닌 다른 정부부서들은 의심과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그 예산 집행의 투명성 의문이 크기 때문이다.

친환경농업을 하지도 않으면서 거짓으로 단지를 조성한 양 보고 하고 정부 보조금을 따내는 일, 정부보조금을 받으려면 자기 부담금이 있어야 하는데 자기 부담금은 제대로 내지 않고 정부보조금만 받아내는 일, 정부보조금을 받아 구입한 농기계나 농축산 시설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않는 일 등은  계속해서 농업 농촌에 대한 투자 예산 확보를 어렵게 만들 것이고 결국은 농촌 농업의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농촌의 기반은 ‘거짓 없는 땅’

우리사회의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농업 농촌분야에서는 이제 철두철미하게 정직해져야 한다.

미국의 유명한 작가인 ‘펄 벅’이란 사람이 쓴 소설에 ‘대지(大地)’라는 것이 있는데 영어제목을 그대로 번역하면 ‘좋은 땅(the good earth)’이다.

농촌의 기반은 이 좋은 땅이고 좋은 땅은 거짓이 없는 것이다.

뿌리고 가꾸는 대로 거두는 것이 농촌의 생활이 아닌가? 그 자연의 순리를 어기고 거짓행동을 하는 것은 농촌에서 살 자격이 없는 것이다.

한 15년 전의 일로 기억된다. 당시 전라남도 담양군 봉산면은 무농약   딸기로 유명한 곳 이었다. 지금은 여러 곳에서 무농약, 저농약 또는 친환경농업 인증 등이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당시 봉산면의 무농약 딸기는 획기적인 것이었고 참여하는 농가들은 자긍심을 갖고 생산에 임하였으며 서울에서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고 판매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남의 밭을 빌려 딸기를 재배하던 가난한 재배농가의 아내가 남편 몰래 딸기의 외양을 좋게 하는 약을 뿌렸었다. 이것을 발견한 남편은 크게 실망하였고 무농약 딸기가 아닌 저농약 딸기로 서울이 아닌 광주에라도 내다 팔자는 아내의 권유에 갈등을 하다가 봉산면 무농약 딸기의 명성에 먹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딸기밭을 모두 갈아엎어 버렸었다. 가난 했지만 1년 농사를 포기한 그 양심이 봉산면 딸기의 명성을 지금까지   지키게 한 것이다.

뿌린대로 거두는 순리 따라야

좋은 땅에서 살면서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 늘 신뢰받는 좋은 마음으로   판매하고 정부의 보조금을 신뢰받게 사용하면 농촌과 농업의 경쟁력은   증대되고 국내외 소비자들과 정부의 예산부서도 기쁜 마음으로 농촌과   농업 그리고 농민들의 곁에 계속해서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