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개방...애끓는 감귤 재배농민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7-04-06 00:00:06 조회수 4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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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개방 … 애끓는 감귤 재배농민들 농민신문 2007. 04. 06 “앉아서 죽으라는 소리” 한숨 … 분노 … 절망 … “머릿속이 멍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타결된 지 하루가 지난 3일 시설감귤 주산지인 서귀포시 남원읍 일대에서 만난 감귤 농가들은 거의 공황상태에 가까웠다. 한숨과 절망,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오렌지에 대해 노지감귤 수확기인 9월에서 2월까지 50%의 관세를 유지하되, 3월에서 8월까지는 30%의 계절관세를 연차적으로 줄이다가 7년 내에 철폐한다는 타결 내용을 접한 농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제주 감귤농업은 이제 끝난 것과 다름없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농가 정원부씨(47·태흥리)는 “관세가 낮은 9월 이전에 오렌지를 수입해 9월 이후에 시장에 풀어버리면 노지감귤도 다 몰락한다”며 “비가림감귤·만감류·노지감귤 등 제주 감귤농업 전체가 연쇄적으로 무너질 것”이라며 분노했다. 2~3월 이후에 출하돼 한·미 FTA 직격탄을 맞을 비가림감귤과 〈한라봉〉 〈천혜향〉 등 만감류 재배농가들은 막대한 시설투자로 인한 ‘한·미 FTA 빚더미’가 예상돼 절망에 빠져 있다. 농민들은 “정부가 FTA 이행 지원기금으로 비가림시설을 장려해 많은 농가들이 빚을 내 시설을 설치했는데, 이제 와서 계절관세라니 앉아서 죽으라는 소리”라고 항변했다. 비가림감귤과 〈한라봉〉 〈천혜향〉 등 1만4,000평의 시설감귤을 재배하는 현도배씨(69·남원1리)는 “7억원가량의 빚을 져 앞이 캄캄하다”며 “한·미 FTA로 빚갚을 길이 막혔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오렌지 농축액 관세(54%)가 협상 발효 즉시 철폐된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연간 10만~12만t의 도 내 가공용 감귤 중 40%가량을 수매해 감귤 주스의 원료가 되는 농축액을 생산하는 제주도지방개발공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2,400t의 재고는 최대 저장물량 2,800t에 거의 육박하는 물량”이라며 “미국산 오렌지 농축액 관세가 철폐되면 감귤 수매가 하락은 물론 최악의 경우 수매 여부도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제주산 감귤 농축액 1㎏당 가격은 2,800~3,000원이어서 4,000원 이상인 미국산 오렌지 농축액에 비해 낮다. 하지만 관세가 철폐되면 오렌지 농축액이 현재의 절반값으로 들어와 시장을 잠식, 감귤 가공산업도 붕괴돼 그 피해 역시 감귤농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지방개발공사의 관계자는 “과연 주스업체에서 값이 비싼 감귤 농축액을 쓰겠느냐”고 반문하며 “특히 비상품 감귤시장 격리 차원에서 이루어지던 가공용 수매사업이 무너질 경우 감귤유통조절명령제를 온전히 시행할 수 있을지, 또 감귤시장에 어떤 혼란을 불러올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감귤농가들은 “수년간 간벌이라는 최후의 자구책을 추진해 온 것이 결국 오렌지 수입공간을 만들어준 꼴이 됐다”며 국회비준 저지 투쟁을 강도높게 펼쳐 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서귀포=강영식 기자 river@nong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