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농협의 패러다임 전환 ‘비전 2015’

농민신문   2007. 08. 01

종합농협 창립 46주년인 지난 7월1일, 농협은 2015년까지 대한민국 최고의 유통·금융리더로 거듭난다는 야심찬 비전을 발표했다. 아울러 조직과 사업 및 조직문화라는 3대 혁신과제를 제시했는데, 이는 2004년부터 농협이 전사적으로 추진한 ‘새농촌 새농협운동’을 한차원 승화시킨 대혁신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세계화·정보화·고령화라는 격변의 흐름 속에서 농협은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과 예상되는 후속 FTA 및 DDA(도하개발아젠다) 농업협상 등으로 농축산물 수입이 확대되고 도·농 간 소득격차가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농협이 이러한 여건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농업·농촌의 위기가 증폭되고 농업인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을 것이다.

〈메가트랜드〉의 저자인 세계적인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츠는 “마음이 눈을 지배하며, 미래는 현재에 있다”고 하였다. 사물은 인식하는 대로만 보이며, 현재에서도 미래의 징후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면한 위기적 상황을 극복하고 농업인과 고객의 행복과 믿음이라는 농협의 핵심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설정된 비전과 패러다임을 정확히 인식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특히 비전은 수립보다 실천이 더욱 중요하다. 비전의 선포는 바로 혁신의 즉각적인 실천을 선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농산물 생산과 글로벌 유동성 자금의 과잉기조 아래에서는 고객의 요구에 신속히 부응해야만 생존 가능하다. 따라서 농협의 조직을 역동적인 시장지향적 조직으로 전환하고, 유망한 신사업의 발굴과 마케팅 기능의 강화, 그리고 성과 중심의 조직문화 정착 등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 자체를 시장 지향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울러 농협의 핵심역량인 전국적인 네트워크와 신용·경제 겸영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규모화·차별화 전략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경쟁기업보다 강한 경쟁력과 사업역량을 확보해야 농협의 각종 사업을 통한 농업인의 실익 제고와 삶의 질 향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이 본격 시행되고 금융업종 간의 진입 장벽과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 금융기관 간 사활을 건 생존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농협은 종합금융그룹의 기반을 구축해 수요자 중심의 토털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 선진적인 통합 리스크 관리체계 구축과 규모화 및 글로벌화를 통해 농협의 수익센터, 세계적인 협동조합 금융그룹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해야 할 것이다.

유통시장 역시 대형 유통업체의 규모화를 통한 시장지배력 강화가 예상되는 만큼, 농협은 소비지의 대형 판매장 확충과 산지의 규모화·브랜드화를   기반으로 산지와 소비지 도·소매를 수직 계열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농업인이 생산한 농축산물의 제값 받기와 판매채널 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농협비전 2015’의 실현으로 농업·농촌과 농협의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중앙회와 회원농협 임직원 모두의 역량을 결집해야 하며, 농업인 조합원도 농협의 사업과 운영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정태호 농협경제연구소 부장·수석연구위원

cthhana@nonghyu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