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7-08-03 00:00:04 조회수 4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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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농민신문 2007. 08. 03) 얼마 전 한 일간지에 실린 ‘신토불이는 사기’라는 내용의 칼럼을 읽으면서 신토불이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다. 칼럼의 주 내용은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의 도래로 인해 신토불이가 시대에 맞지 않음이 증명됐고, 신토불이로 소비자들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농업계가 혼신의 힘을 쏟은 신토불이에 대한 비판 내용이라 반감이 앞섰지만 한편으론 수긍이 가는 부분도 많았다. 신토불이 운동이 한창일 때와 요즘의 상황이 많이 달라서다. 예전엔 신토불이가 국민운동이었다. 단순히 우리 농산물이 좋다고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농산물을 애용함으로써 식량안보와 우리 농업을 지킬 수 있다는 전국민적인 운동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개방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소비자들은 ‘국산이냐, 수입이냐’에 상관없이 품질과 가격을 농산물 구매의 최우선 조건으로 삼기 시작했고, 외국산 농산물도 예전보다 품질이 크게 향상됐다.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럼 이 시대에 맞는 신토불이는 뭘까. 바로 소비자들에게 실익을 주는 것이다. 우리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이 수입 농산물보다 이익이라는 점을 인식시켜줘야 한다. 개방화로 인해 선택의 폭이 넓어진 소비자들에게 애국심만으로 우리 농산물 판매를 호소하는 것은 우리 농산물에 대한 반감만 키우는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식품관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군들이 왜 우리농산물을 고집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은 1999년부터 농협유통을 통해 국산 농산물을 공급받고 있고, 그 이후 일본 오키나와·괌 등 태평양 주둔 미군기지로 확대했다. 미군기지 커미서리(영내 판매장)에서 감자·사과 등 국산 농산물이 미국산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군 측은 우수 농산물을 공급해줘 고맙다는 감사패까지 최근 농협유통에 보내온 상황이다. 얼마 전에는 우리 쌀이 미국으로 수출됐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또 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대형 할인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했지만 한우 매장을 찾는 소비자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해썹(HACCP·위해요소중점관리제도) 인증을 받는 등 한우의 안전성과 우수성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 온 덕택이다. 이것이 우리 농업의 저력이다. 신선함과 안전성을 기반으로 고품질로 승부하면 값싼 수입 농산물의 홍수를 헤쳐나 갈 수 있는 저력은 충분하다. 그렇다고 여기서 안주하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 농산물의 유통 경쟁력 향상을 통한 합리적인 가격결정 시스템 정착, 철저한 품질관리와 안전성 관리 등이 뒷받침돼야 하고, 농업인들은 부가가치를 높인 고품질의 농산물 생산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특히 농협의 농산물 전문 판매장은 식품의 유효기간과 원산지 표시 등 품질관리와 안전성 관리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고, 우리 농산물을 지키기 위한 이러한 일련의 노력과 성과들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농업인과 농산물 판매장의 노력이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면 외국산으로 향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애국심에 호소하며 농산물을 판매하던 시대는 갔다.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실익을 줄 수 있느냐에 신토불이의 성패가 달려 있다. 이승우 (주)농협유통 사장 |